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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의남자'의 줄거리

    2005년 12월에 개봉한 이 영화는 조선시대 연산군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남사당패의 광대 장생(감우성 배우)은 힘 있는 양반들에게 농락당하던 생활을 거부하고, 자신의 하나뿐인 친구이자 최고의 동료인 공길(이준기 배우)과 보다 큰 놀이판을 찾아 지금의 서울인 한양으로 올라온다. 타고난 재주와 카리스마로 놀이패 무리를 이끌게 된 장생은 공길과 함께 연산군(정진영 배우)과 그의 애첩인 장녹수(강성연 배우)를 풍자하는 놀이판을 벌여 한양의 명물이 된다. 공연은 대성공을 이루지만, 그들은 왕을 희롱한 죄로 의금부로 끌려가 문초에 시달리게 되고 장생은 특유의 당당함을 발휘해 왕을 웃겨 보이겠다고 호언 장담하게 된다. 그러나 막상 왕 앞에서 공연을 시작하자 모든 광대들은 얼어붙게 된다. 장생 역시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왕을 웃기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지만 왕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바로 그때 얌전하기만 했던 공길이 특유의 앙칼진 연기를 선보이자 왕은 못 참겠다는 듯이 크게 웃어버린다. 이들의 공연에 흡족한 왕은 궁 내에 광대들의 거처, 일명 '희락원'이라는 곳을 마련해 준다. 궁에 들어온 광대들은 신바람이 나서 탐관오리의 비리를 풍자하는 공연을 선보이고, 왕은 즐거워한다. 하지만 중신들의 분위기가 싸늘함을 감지한 왕이 중신 중 한 명을 웃지 않는다며 탐관오리라는 명목으로 형벌을 내리고 연회장엔 긴장감이 감돈다. 연이은 연회에서 광대들은 여인들의 암투로 인해 왕이 후궁에게 사약을 내리는 경극을 연기하고, 연산군은 같은 이유로 왕에게 사약을 받았던 생모 폐비 윤 씨를 상기하며 진노하여 그 자리에서 선왕의 여자들을 칼로 베어 죽게 한다. 공연을 할 때마다 궁이 피바다로 변하자, 흥을 잃은 장생은 궁을 떠나겠다고 하지만 공길은 알 수 없는 이유로 남겠다고 한다. 그 사이 왕에게 반발한 중신들은 광대들을 내쫓기 위한 음모를 꾸미고, 왕의 관심을 광대에게 빼앗겼다는 질투심에 휩싸인 장녹수 역시 몰래 계략을 꾸민다.

    비극적인 동성애 영화

    영화는 비극으로 시작해서 비극으로 끝난 영화이자 한국 영화 역사에 길이 남을 영화로 평가받는다. 스크린 독점과 신파가 차고 넘치는 현대의 천만 영화들 중에서 입소문과 작품성을 통해서 천만 관객을 기록한, 천만 영화다운 영화라는 평가다. 당시로서도, 현대에서도 대중적으로는 성공하기 힘든 소재인 동성애를 스토리에 녹여내었는데도 천만 관객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더욱 크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영화에서 연산군이 공길에게 집착하는 모습이 동성애라기보단 애정결핍에 가깝다고 보기도 한다. 연산군이 공길에게 키스하는 장면 역시 연산군이 동성애자라기보단 중증 애정결핍 환자가 극심하게 애정을 갈구하는 모습에 가깝다는 의견이다. 오히려 연산군과 공길 사이가 아니라, 동료 이상으로 공길을 챙기고 아껴주는 장생과 공길 사이를 사랑으로 해석하는 의견도 많다. 주연 캐릭터들의 배경 설정부터 시작해서 영화의 전반적인 내용과 결말이 꽤 우울하지만 영화적으로 가지는 의미를 살펴보면서 감상을 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게 된다. 사극에서 동성애 소재를 사용한 신선함, 또 연산군 시대에 조선왕조실록에는 단 몇 줄 밖에 나오지 않는 광대 공길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상상력을 더해 이렇게나 대작을 만들어냈다는 점 등, 이 영화가 한국영화사에서 가지는 강력함은 천만영화라는 흥행성적으로 잘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흥행 수준 및 이준기 신드롬

    영화는 개봉 첫 주에 바로 100만을 넘겨 115만 명, 개봉 9일째 200만 명을 돌파한다. 그리고 3일 후인 12일에 300만을 돌파하며 개봉 17일 400만 명, 개봉 21일 500만 명을 넘어선다. 800만 관객 달성은 개봉 33일 차에 돌파했고 800만 명 개봉 45일째에 1,000만 명을 돌파하며 명실상부 대한민국의 천만영화의 반열에 오른다. 개봉 73일엔 1,200만 명을 기록하고 최종 약 1,23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화로 이준기는 인기 배우로 급 상승했으며 예쁜 남자, 꽃미남 신드롬이 생겨났다. 당시에는 한국 및 역대 개봉영화 흥행 1위를 차지했었지만 2024년 1월 25일 기준으로는 한국 역대 개봉영화 흥행 순위 18위이다. 사극 영화로만 보면 한국 역대 사극 영화 중에서 ‘명량’과 ‘광해, 왕이 된 남자’에 이어 영화 3위이다. 그러나 당시 이준기 정도가 아니면 유명한 배우도 없었고 장르도 흥행 면에서는 기대하기 힘든 사극이면서 액션물도 코미디도 아닌 장르였으며, 스크린 수를 봐도 역대 흥행 영화 중에 가장 적은 313개였던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성적을 냈다고 할 수 있다. 보통 ‘명량’을 비롯해 이후에 배출된 천만 영화들은 1,000개 전후의 스크린을 받아 갔다고 하며, 2020년대에 와서는 경쟁작이 없을 경우 2,000개 가까운 스크린을 할당받아 가는데도 ‘왕의 남자’의 관객 수를 따라잡지 못하는 영화들이 수두룩하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 왕의 남자‘의 흥행이 정말 대단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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